[신년 특별기고] 위기를 희망으로 바꾸는 사람들, 자원봉사자
날짜202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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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신문] 2020년 1월 고양시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2021년 새해를 맞이한 지금까지 지난 일 년을 되돌아보면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는 다소 구태의연한 표현으로는 우리 일상의 변화를 다 표현하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같은 오늘을 예상하고 살아가기가 이제는 힘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은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 얘기들을 머리와 가슴으로 받아들어야겠지 싶다.

사회 성원들이 한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정체성을 갖도록 하는 사회적 장치들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그 형태가 바뀌었다. 그간 모두에게 친숙했던 대면적 상호작용 대신 비대면 사회적 상호작용 방식으로 부족하나마 정체성과 연대의식을 만들어가는 방법을 향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공동체의 변화와 질서유지를 위해 국가와 시장이 일정 역할을 나누어 담당하지만 그로써 해결되지 못하는 제3의 영역을 시민사회가 맡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자발적으로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는 자발적 시민, 즉 자원봉사자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비대면적 상호작용의 방식으로 사회적 문제를 찾아 해결하기!’ 고양시자원봉사센터 2020년 사업계획에는 전혀 없었던 이 미션이 고양시자원봉사센터의 핵심 과제가 되었다.

고양시자원봉사센터는 고양시 산하기관 중 예산의 규모와 종사자의 숫자만 놓고 보았을 때 타 기관에 비교할 수조차 없는 작은 조직이다. 하지만 그처럼 작은 조직이 갖는 장점과 역할 또한 명확하다는 것이 평소의 신념이다. 긴박한 현안에 대처하는 논의구조가 활성화되어 있고, 논의 결과를 실행할 의사결정 구조와 이에 따른 대처도 비교적 간결하다. 이 같은 도전적인 실행이 공공성을 담보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기존에 시도되지 않았던 방식이라면 과감히 시도해야 하는 것이 작은 조직이 갖는 또 하나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2020년 고양시자원봉사센터의 사업들은 전년도에 수많은 논의를 거쳐, 고양시 공공문제의 해결을 위해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원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된 것이다. 따라서 센터는 기존의 사업계획들을 비대면이라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과 동시에 코로나19로 새롭게 생긴 사회문제들을 자원봉사로 어떻게 풀 것인가를 고민해야만 했다. 다행히 센터는 수년에 걸쳐 온라인상의 업무공유 및 협업을 시도해왔고 TF팀을 구성해 긴박한 현안에 대처해온 경험들이 축적되어 있었으며, 자원봉사활동의 중요한 행위자들인 자원봉사자, 자원봉사단체, 자원봉사 수요처의 실질적인 활동내용에 관한 데이터들을 체계적으로 구축해왔다. 그간의 노력 덕분에 실무자로 구성된 코로나19 대응 TF팀을 운영하며 코로나19 예방 안내문 발송, 통합자원봉사지원단 긴급회의, 동별 안심마스크 만들기 및 방역소독 활동 지원, 고양시 위기극복 재난지원금 봉사자와 정부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봉사자모집 지원 등을 시의적절하게 시행할 수 있었다.
한편, 지금까지의 현장 중심의 자원봉사활동을 어떻게 비대면 자원봉사활동으로 바꿔 운영할 지에 대한 고민들은 센터 사업들에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자원봉사 마을학교 네트워크’ 사업은 지역사회 교육 기회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해 문화 취약계층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중고등학교 청소년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어주는 문화적 나눔 실천 활동이다. 하지만 대면활동이 어려워짐에 따라 청소년들이 청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영화 및 드라마 자막제작을 비대면으로 진행하였으며 그 결과 드라마 1개, 영화 6개의 배리어 프리 자막제작을 완료하면서 비대면 자원봉사활동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인류의 역사는 인간이 세상에 대해 지속적으로 힘(power)을 축적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회체계를 통합(unity)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진단한다. 상대적 비교를 통한 만족감은 인간의 본성이면서 변화의 동력이기도 하지만 인간이 영원히 절대적으로 행복할 수 없는 원인이기도 하다. 코로나19 대응과 극복에 대한 고민은 인간이 이 같은 역사 방향을 여전히 지향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라고 생각한다. 인간 본성을 극복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각을 현실의 변화로 이끌어내는 각 개인의 자발적 실천, 그리고 그같은 실천이 자신과 타인의 안녕과 행복을 지향하는 사회, 그 사회가 코로나19 이후의 사회이기를 희망한다. 그 실천을 실행하는 이가 자원봉사자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