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습지'의 람사르습지 등재, 도민의 손으로 이뤄내요
날짜2020-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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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의 시크릿 가든, 장항습지가 자원봉사자들의 손으로 다시 살아났다. 지난 1월, 람사르습지 등재가 추진되면서 다시금 조명받고 있는 장항습지 자원봉사자 4명을 만나봤다.글. 심우리 사진. 최병준, 고양시자원봉사센터, (사)에코코리아

Q. 각자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은정사단법인 에코코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은정이라고 합니다.
이관우마을 공동체이자 환경 공동체인 꿈꾸는 씨앗에서 활동 중인 한류초등학교 5학년 3반 이관우입니다.
최민석환경 동아리 자연인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발고등학교 2학년 최민석입니다.
서인영장항습지 자원봉사자 서인영입니다.

Q. 장항습지가 람사르습지 등재를 추진한다는 소식에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김은정장항습지는 꽤 오랫동안 람사르습지 등재를 추진해왔어요. 이번에는 고양시에서 등재를 추진한다고 하니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관우우리 지역의 생태 보고인 장항 습지가 람사르습지에 등재된다면 기분 좋고 뜻깊을 것 같아요. 꼭 실현되길 바라요.
최민석우리가 지키고 보호해야 할 곳에 쓰레기가 방치되어 있는 것은 사람들의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느꼈어요. 이번 람사르습지 등재 추진으로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인영장항습지는 이미 람사르습지로 등재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어요. 2013년부터 람사르습지 등재를 위한 노력이 이어졌으니까요. 이번 기회로 장항 습지의 모든 지역이 람사르습지로 등재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Q. 장항습지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이관우경기도교육청이 지원하는 꿈의학교 고양어린이농부학교를 다니면서 지도 선생님께 장항습지 봉사활동을 제안 받았어요. 이후 꿈꾸는 씨앗 식구들과 함께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최민석중학교 2학년 때 환경 동아리 자연인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하면서 장항 습지가 보존 가치가 높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관련 활동이 없을까 찾아보다가 고양시 자원봉사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참여하게 되었어요.
서인영고양시 자치위원으로 활동할 때 장항습지의 겨울철 철새 먹이 주기를 시작했는데, 그때 갯골에 쓰레기가 많이 차 있는 것을 보았어요. 강과 바다의 합류 지점이다 보니 쓰레기로 메워지는 상황 이 안타깝더라고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쓰레기 제거와 정화 활동에 참여 하고 있어요.
김은정우리나라 습지 중에 강이 막혀 있지 않은 곳은 장항습지가 유일해요. 한강의 하구를 보면서 자연 하천이 이렇게 다르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기도 했어요. 그러다 고양시로 이사하면서 에코코리아와 인연이 닿아 2008년부터 꾸준히 장항 습지의 모니터링과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Q. 우리에게 친숙한 하천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꽤 생소하네요. 어떤 충격인가요?
김은정 우리나라 4대강은 하구둑으로 막혀 있어서 바닷물이 강으로 올라오지 못해요. 이로 인해 뱀장어나 황복 등이 점점 사라지는 것만 보다가 장항습지에서는 천연기념물인 말똥게나 펄콩게, 붉은 발말똥게 등 멸종위기종이 올라오는 모습을 접하니 꽤 충격적이었어요. 강과 바다가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하천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느끼게 되었고요.

Q. 장항습지가 육지화, 황무지화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김은정 사실 황무지라는 말이 나온 것은 가시박 때문이에요. 나무를 뒤덮고 있는 가시박만 보면 황무지가 된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이는 관리 차원의 문 제일 뿐 생태계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Q. 우려 섞인 시선 때문인지 지난해 고양시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여러분을 비롯해 7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했어요. 힘들지는 않았나요?
서인영힘들었죠(웃음). 그중에서도 가시 박을 제거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어요. 이게 좀 낮은 곳에 있으면 걷어내기가 쉬울 텐데, 5~10m가 넘는 선버들나무를 칭칭 감고 있으니 제거하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어요.
김은정시민 한 명 한 명의 힘은 적지만, 여럿이 모이면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어요. 특히 가시박은 다 자란 다음 제거하려고 하면 가시 때문에 굉장히 위험하거든요. 그런데도 어린 학생이나 자원봉사자들이 일일이 손으로 다 제거해주었고, 갯벌에 박힌 타이어나 가구, 냉장고 같은 큰 쓰레기도 오로지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손으로 빼낼 수밖에 없었지요.
이관우저도 가시박을 제거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어요. 작년 여름에 가시박 제거 활동을 했는데, 가시박에 찔리지 않도록 긴 장화랑 긴팔 옷을 입고 작업하느라 정말 더웠어요.

Q. 그럼 반대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요?
최민석 장항습지가 워낙 넓다 보니 과연 내가 하는 정화 활동이 생태계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의문이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장항습지가 다 시 살아날 수 있었다는 얘기를 접하니 자원봉사자 중 한 명으로서 보람이 크더라고요.
서인영장항습지는 천연기념물 재두루미가 매년 들르는 곳이에요. 재작년에는 47마리, 작년에는 51마리가 장항습지에서 월동을 했지요. 중간에 장항습지에 들른 재두루미도 94마리나 될 정도고요. 자원 봉사자의 힘을 통해 장항습지가 재두루미 같은 멸종위기종이 다시 찾아오는 곳으로 거듭나는 광경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꼽는다면?
김은정이번에 재두루미 ‘보르자’가 왔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보르자는 러시아에서 태어난 재두루미예요. 가족과 함께 장항습지에 머물다가 남쪽으로 이동 한 뒤 신호가 끊겼어요. 그런데 지난 3월 에 다시 장항습지에 들러 잘 살아 있다는 걸 알려주더라고요.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이관우함께 봉사활동을 한 꿈꾸는 씨앗의 부모님이 ‘함께 지켜요’라는 장항습지 보호 캠페인 송을 만들어주셨어요. 지난 겨울에는 철새들 먹이를 빈 논에다가 뿌려주는 봉사활동도 하고, ‘함께 지켜요’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Q. 장항습지 보존을 위해 향후 개선해나가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최민석장항습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홍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이 쉽게 찾아올 수 있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시설도 개선되었으면 좋겠고요.
김은정장항습지를 모니터링 하다 보면 새로운 종들이 계속 발견돼요. 작년에는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가 처음 발견되기도 했고요. 또 정말 보기 힘든 멸종위기 종인 붉은발말똥게도 살고 있어요. 여러 시민단체나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수용해서 관리해나간다면 장항습지가 훼손 되지 않고 지금 모습 그대로 보존될 거라 믿어요.

Q. 장항습지 자원봉사에 관심은 많지만 망설이는 분도 있을 것 같아요.
이관우장항습지에 오면 고양시에 이런 곳이 있었는지 깜짝 놀라실 거예요. 울창한 버드나무 숲이 있고, 말똥게가 구멍을 파고 있는 생태계의 보물 창고인 장항습 지를 지키기 위해 힘을 보태주세요.
김은정봉사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항습지의 중요성을 알리는 목소리도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독특한 경관과 삵 발자국, 너구리 배설물 등 을 보면서 훼손되지 않은 야생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장항습지를 보존하는 데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Q.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요?
서인영장항습지가 동남아의 맹그로브 숲이나 제주에 있는 곶자왈처럼 샘물이 솟고 다양한 생물이 서식할 수 있도록 잘 지키고 유지해나가는 데 도움을 주고 싶 어요.
이관우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우리나라 대표 람사르습지인 순천만과 우포늪 탐사 여행을 다녀올 예정이에요. 장항습지 ‘함께 지켜요’ 캠페인 송의 정식 음원 발매도 준비하고,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나 갈 거예요.
김은정람사르습지에 등재된 후 장항습지의 가치를 고양시민뿐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 안내하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싶어요.
최민석장항습지 보존을 위해 꾸준히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싶어요.